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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영상] ‘암탉이 울 때’ 불교미술에 연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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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깨달음의 길은 둘이 아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중국 불화 ‘유마불이도’(1308). 호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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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뮌헨에는 미술관 ‘노이에 피나코테크’, 스위스 취리히에는 미술관 ‘쿤스트 할레’가 있습니다. 독일어로 노이에(NEUE)는 새로운, 쿤스트(KUNST)는 예술이라는 뜻인데요. 한겨레가 ‘노이에 쿤스트’를 시작합니다. 노이에 쿤스트는 시각예술을 다루는 미술 전문 영상 콘텐츠입니다.





“다음 생은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검푸른 종이에 금물로 불경을 옮겨 쓴 ‘감지금니 묘법연화경’(1345)에는 고려시대 여성 최고위층인 진한국대부인 김씨가 여성으로 태어난 걸 한탄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충청남도 청양군 장곡사에 있는 ‘금동약사여래좌상’(1346) 배 안에선 고려의 여성들이 “남자가 되게 해달라”고 적은 두루마리가 발견되기도 했는데요. 여성들은 왜 이런 소원을 빌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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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여성의 소원이 적힌 장곡사 ‘금동약사여래좌상 복장 발원문’(1346). 호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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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 사후 불교에는 여러 부파(교리를 중심으로 한 집단)가 생겼습니다. 이때 일부 불교종파에는 고대 인도사회의 여성 차별 세계관이 유입됐는데요. 이들은 여성이 다섯 가지 문제가 있어 성불(깨달음에 이르러 부처가 되는 것)할 수 없다는 ‘오장설’과 남성의 몸을 가져야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변성남자설’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니 성불을 바라던 당대 여성들은 다음 생에서라도 남성으로 태어나길 간절하게 소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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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머리카락을 재료로 사용한 일본 불화 ‘자수 아미타여래삼존내영도’(13∼14세기).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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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불교는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했지만 당대 남성이 그랬듯 여성의 삶도 불교와 아주 가까웠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건강과 복을 부처에게 기원했고, 그 간절한 마음으로 공덕을 쌓았습니다.



여성들은 불교미술 발전에도 기여했습니다. 막대한 돈과 권력을 가진 여성은 화려한 불화를 만드는 작가를 후원했고, 평범한 여성은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천에 자수를 놓아 불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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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문정왕후가 본인과 아들 명종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제작한 ‘영산회도’(1560). 호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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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월16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호암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불교미술 속 여성을 오롯이 드러냅니다. 여성의 발원과 후원, 제작 활동에 집중한 불교미술 전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은 불상이나 불화 같은 장르 전시가 주를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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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모니의 탄생을 그린 불화 ‘석가탄생도’(15세기)의 일부. 호암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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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2부로 구성됐습니다.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은 불교미술에 표현된 여성을 인간, 보살, 여신으로 나눠 살펴봅니다. 먼저 ‘여성의 몸’ 섹션에는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을 권위 있는 모습으로 그린 ‘석가탄생도’(15세기)가 전시됐습니다. 부패한 여성 시신을 표현한 ‘구상시회권’(1501)도 있습니다. ‘관음’ 섹션에서는 관음보살(중생을 구제하는 보살)을 여성으로 표현한 여러 불화와 불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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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출산을 관장하는 송자관음을 그린 중국 불화 ‘송자관음보살도’(16세기 후반).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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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부 ‘여성의 행원’은 불교미술 후원자와 제작자로 활동했던 여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섹션에서는 성불과 극락왕생을 꿈꿨던 여성의 마음이 담긴 작품이 주를 이룹니다. 이어지는 ‘암탉이 울 때’ 섹션은 조선 왕실 여성들이 후원한 작품을 조명합니다. 마지막인 ‘여공’ 섹션에선 불교 자수와 복식(옷과 장신구)을 만들면서 제작자로서 활동했던 여성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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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 양식을 보여주는 ‘금동 관음보살입상’(7세기 중반). 박승연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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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일본,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 흩어져 있는 동아시아 불교미술 작품 92점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그중에는 국내 최초로 일반에 공개되는 작품도 있습니다. 진흙에서 피어났지만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맑고 깨끗한 여성의 불교미술 활동을 영상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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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글 황인솔 기자 breezy@hani.co.kr
영상 박승연 피디 ye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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