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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사설] 복마전 선관위, 국정조사 등 외부기관 감사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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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5월 31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선관위에서 고위직 간부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관련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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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관리위원회의 내부 비리와 일탈이 가히 여론이 용납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감사원이 발표한 선관위 자녀채용비리 감사 중간결과에 따르면, 10년 새 진행된 경력직 채용 291건 전부에서 비리나 규정위반이 있었다. 감사가 시작되자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고 조사를 방해한 정황까지 속속 드러나는 중이다. 감사원은 전직 사무총장(장관급)과 사무차장(차관급) 등 전현직 27명을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다른 전직 사무총장 등 22명의 의혹 자료도 검찰에 넘겼다. 공정성을 다루는 선관위가 내부비리에 찌든 복마전이었다니 참담함에 말을 잇기 힘들다.

몇 사례만 봐도 상상을 초월한 수준이다. 김세환 전 총장이 사무차장 재직 때인 2020년 아들이 지역선관위에 지원하자 선발인원이 갑자기 늘었고, 인사담당자들은 채용조건을 ‘8급, 35세 이하, 인천 출퇴근 가능자’로 ‘맞춤형’ 제한했다. 결과는 거의 만점이었고, 해당 자녀는 직원들 사이에서 ‘세자’로 불렸다. 전남선관위는 2022년 박찬진 당시 사무총장의 딸이 응시한 면접에서 위원들에게 순위만 정해주고 평가표 점수칸은 비워두라고 했다. 상임위원의 자녀가 채용되도록 인사담당자가 면접관에게 평가내용을 연필로 작성하게 한 뒤 지워 순위를 바꾼 경우도 있었다. 더 황당한 것은 문제의 채용에 대해 현행 제도상 직무정지나 입사취소 등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지경이라면 위부터 아래까지 한통속이 된 선관위가 조직범죄와 다를 게 뭐가 있나. 이러고도 ‘헌법상 독립기구’를 내세워 60여 년간 한 번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다니 심각한 허점이다. 선관위는 지난해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졌음에도 헌법 제97조 등을 내세우며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해 왔다. 감사원에 정당성을 따진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했다.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일벌백계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여야가 합의해 국회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외부기관의 감시체계 제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오죽하면 선관위원장을 ‘5부 요인’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겠나. 선관위는 상황을 직시하고 대국민 자정계획부터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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