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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아내가 문 안 열어줘” 우유 투입구에 불 붙인 남성, 1심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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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우유 투입구에 불을 붙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화력이 약했고, 아파트 건물에 불이 붙을 가능성까지 인식하지는 못했을 거라는 이유였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조승우)는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달 23일 무죄를 선고했다.

조선일보

서울중앙지법 전경.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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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작년 10월 16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자신의 집에 들어가려 했으나 아내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고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아내는 술을 마시고 귀가한 A씨의 가정폭력을 우려해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화가 난 A씨는 현관문 하단에 설치된 우유 투입구의 문을 열고 일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여 현관문 내부가 그을리게 했다.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불을 붙인 것은 B씨가 현관문을 열도록 겁주기 위함이었다”고 진술했다. 아내 B씨 역시 “남편이 이전에 집에 불을 지르거나 지른다고 한 적은 없고, 제가 집에 있으니 바로 불을 끌 것이라 생각해서 겁주려고 대문에 불을 붙인 것 같다”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미필적으로나마 아파트 건물 자체에 불이 붙을 가능성까지 인식 또는 용인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불을 붙인 당시 집에는 아내뿐 아니라 딸도 거주하고 있었고, 앞집에는 나이 든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었다”면서 “A씨가 불을 질러 가족들을 위험에 빠뜨릴 의도가 있었을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또 “A씨가 일으킨 불은 화력이 약해 건물 내부 화재방지 센서 등이 작동할 정도의 연기까진 나지 않았고 아내가 페트병에 담겨있는 물을 부어 쉽게 껐다”며 “설치된 현관문 내부 중 우유 투입구 등이 다소 그을리는 정도에 그쳤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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