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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사설] 의료계 더 이상 과학적 근거 운운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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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의대 증원은 필수·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필수적 전제
한국일보

16일 오후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병원으로 한 환자가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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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이 “의대 증원은 필수·지역의료 회복을 위한 필수적 전제”라며 의대생들이 제기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집행정지 항고심 신청을 기각했다. 의대 증원 적정성 여부를 들여다본 사법부의 첫 판단이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더 이상 정부가 나름의 근거를 토대로 추진하는 의대 증원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선동하지 말아야 한다. 전공의들은 하루 빨리 복귀해야 함은 물론이다.

어제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필수·지역의료의 어려움은 단지 현재의 의사인력을 재배치하는 것만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증원 없이 보상(수가)을 높이라”고 요구하는 의사단체의 주장을 배척한, 상식적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한 “일부 미비하거나 부적절한 상황이 엿보이기는 하나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를 위해 연구와 조사, 논의를 지속해 왔다”고 과정의 적절성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특히 의대생 학습권 침해보다 의대 증원을 통한 의료개혁이 공공복리에 더 이익이라고 봤다. 전자를 일부 희생하더라도 후자를 옹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나 의대 교수의 신청에는 “자격이 없다”고 각하했다.

정부는 2035년 의사수 1만 명이 부족하다는 각종 연구결과를 토대로 “5년간 2,000명 증원”이라는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 그런데도 의협은 어떤 타협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답답한 주장만 되풀이했다. 올해 입시에선 의대들이 자체적으로 최대 1,000명까지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물러섰는데도, 의사들은 “백지화”만 외치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2월 20일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로 시작된 ‘의료 공백’ 사태가 세 달이 되어 간다. 증원 추진 과정에서 일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은 비판받아야 마땅하지만,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과 “원점 재검토”만을 요구하며 협의를 거부한 의료계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피해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 72.4%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지하는 상황에서, 의사들만이 딴 세상에서 살 수는 없다. 이번 법원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제자리로 돌아가서 정부와 협의를 통해 원하는 것을 요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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